성공적인 화학과 학부 과정을 위하여 (학부 신입생들을 위한 글)

먼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학명문 고려대학교의 화학과에 입학한 것을 축하합니다. 2016년 현재 고려대학교 화학과는 전세계 60위 권의 위상을 지닌 학과입니다. 현재 우리학과와 비슷한 ranking 을 가진 학교로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Johns Hopkins University, Purdue University, 포항공과대학 정도가 있습니다. 고려대 화학과는 2030년 전세계 30위 (Princeton University,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Cornell University 대학 정도) 이내로 진입의 비전을 상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과 대학교의 생활은 완전히 다릅니다. 보충학습을 할 수 있는 학원도 존재하지 않고 공부도 주입식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의 수준과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갖춰야 하는 지식 및 사고의 수준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성공적인 공부 방식, 생활 방식이 대학교에서도 그러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또한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은 독립된 개체로서 사회의 규범에 맞추어 살아가는 소양도 갖추어야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도 찾고 인생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대학생활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다음의 글을 게시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점점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학부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살아가게 될 세상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세상은 여러분이 세상에 나서는 그 순간 이미 "준비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국제적, 경제적, 기술적인 급격한 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하고 영리한" 인재이기를 바랍니다. 얼핏 보면 Superhuman을 원하는 것 같지만, 학생들이 성실한 대학 학부 생활을 한다면 아무 문제없이 그러한 "인재상"에 도달할 수 있고,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습니다.

1. 먼저 충실한 대학 생활을 해야 합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을 순서가 뒤바뀌지 않게 우수한 학점을 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성적표를 보면 재수강을 한 경우 너무나 명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예를 들어 3학년 또는 4학년에 1학년 과목 일반화학을 수강한다든지 2학년 과목 유기화학을 수강하였다면 재수강이 아니고서는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요?) 겉보기에 높은 성적이라도 몇 과목이라도 재수강의 흔적이 있으면 전체 성적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니 유의해야 합니다. 대학 학부 시절 학생들이 전공과목에 노력을 많이 했다면, 그리고 화학 과목 전체를 아우르는 시야에 대한 고민을 하였다면 자신들의 실력을 한층 더 향상시킬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전공 관련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대학 공부는 혼자서 자율적으로 잘하는 학생이 성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수업 전에 미리 책을 읽고 이해하기 위하여 고민을 하고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참가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혼자서 다시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지식의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관심사가 같은 친구들과 Study Group 을 만들어 토론을 하는 것도 좋겠지요? 지금 이순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새벽 2~3시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가 되는데 가장 걸림돌은 대학교에 와서 더 이상 공부하지 않는 잘못된 문화 탓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에만 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합니다. 대학교는 자격증을 따고자 오는 곳이 아니라 공부를 좋아하고 또 열심히 하고 싶은 학생들이 오는 곳이어야 합니다. 고려대 화학과는 그러한 학생들로만 학부가 구성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모든 커리큘럼이 짜여 있습니다.

2. 화학은 거의 모든 자연과학 및 공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훌륭한 자질을 가진 화학자는 그 수요가 아주 크고 직업의 안정성 또한 그 어떤 분야의 전공자보다 높습니다. 이 “훌륭한 자질”을 가지기 위해서는 매 학년마다 수강하는 전공지식을 완벽히 습득하여야 합니다. 1학년에서 배우는 수학, 일반화학, 일반물리 등이 2학년에서 배우는 물리화학 유기화학의 기본이 되고 물리화학, 유기화학의 지식이 3, 4학년에서 배우는 무기화학, 고급유기화학, 고급물리화학 등의 바탕이 됩니다. 또한 이런 지식의 습득뿐만 아니라 과거에 수많은 과학자들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그러한 지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그 사고의 방식을 배우려는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합니다.  

다른 대학만큼 심각하지는 않으나 고려대 화학과에서도 최근 적지 않은 수의 화학 전공의 학생들이 약대 편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위 적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며 학부 1,2 학년을 PEET 시험에 투자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약대 정원은 1700 명 정도인데 2016년 현재 응시자의 수는 16500 명이 넘어섰고 경쟁률이 10:1 에 육박한다는 것입니다. 경쟁률이 증가 추세에 있으므로 PEET 낭인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대학을 휴학을 반복하며 다니면서 PEET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상당히 많고 29세 이상의 PEET 응시생이 36.5% 라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월 200~300의 고가의 PEET 학원비를 내는 경우도 나오게 되고 전공 공부는 당연히 등한시 하겠지요.

이러한 생각을 가지는 학생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는 “2, 3학년까지 시험 준비하다가 혹시나 못 붙으면 화학 전공으로 돌아와서 공부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화학은 전념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대학 공부라는 것이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 준비를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화학에 집중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친구들과는 당연히 엄청난 큰 차이가 생깁니다. 결국 약대 편입을 위해 준비하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화학 전공에서의 성공에 필요한 “사고 방식” 및 “전공 지식”이 부족하게 되어 나중에 화학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게 되고 약대 편입을 하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게 됩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쳇바퀴 같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입니다.

 36% 의 PEET응시생이 몰려있는29세 이상이면 화학과 공부를 꾸준히 한 학생들의 경우 이미 박사학위를 취득하고도 남은 나이인데 이 나이에 우여곡절 끝에 약대 편입하는 친구들은 이제 대학교 3학년이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Do the math! J    

3. 화학 전공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된 논문을 읽고 작성하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대학 입시가 끝난 시점부터 입학까지 대학 전공 공부를 위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또한 학부 수업 때부터 꾸준히 원서를 읽고 영어로 발표하는 능력을 기르면 소위 스펙을 위한 영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 기본 실력의 바탕에서 TOEFL 이나 TOEIC 같은 보여주기 영어 점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4. 화학은 실증학문입니다.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해야만 그리고 쓸모 있는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부 시절부터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님들의 실험실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대학원이나 회사에서 가장 선호하는 인재는 학부시절에 실험 경험을 이미 쌓고 학부 수준을 뛰어넘는 전문 전공 지식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이러한 경험 그리고 이 경험이 드러나는 국제저명학술지 출판이 가장 좋은 스펙입니다.

교수라는 직업은 끊임 없이 학문 연구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현재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계속 해야 합니다. 교수님들과 또 각 실험실에서 최첨단 연구를 진행하는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생들이 어떤 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본인의 인생 설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구인자가 가장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스펙 중 하나가 "어학연수" 입니다. 본인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고 꼭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위하여 학부에서의 시간을 계획성 있게 사용하기 바랍니다.

6. 현대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심지어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자신의 전공에 대해 이 길이 맞는 것인지 고민하고 이것저것 많이 따집니다. 문제는 대학 생활은 4년 밖에 안 된다는 것이지요. 고민하다 보면 1~2년은 금방 지나가고 전공 공부는 뒤쳐지고 곧 흥미를 잃고 맙니다. 결국 적지 않은 수의 똑똑한 학생들이 대학교 고학년이 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때로는 주변의 많은 소리에 귀를 닫고 자신이 정한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7. 2013년 MacArthur 상을 수상한 Angela Lee Duckworth 가 집필한 Grit 이라는 책에 나온 공식을 하나 소개합니다.

성공 = 재능 x 노력 x 노력

여러분이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여러분의 인생의 모습이 정해집니다. 대학 입학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우리나라는 지식을 생산하는 인적자원이 크게 부족합니다. 고려대 화학과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우리나라 화학계, 더 나아가 과학계를 이끌고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고려대 화학과의 Mission 은 이러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는데 있습니다. 여러분이 미래의 지식생산자로서 성공하고자 한다면 화학과의 교수 및 직원 일동은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고려대는 종합대학입니다. 즉 여러분의 주위에는 사업 파트너도 직장 동료도 미래의 배우자도 주치의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좋은 친구, 선후배들과 공부도 여가 활동도 같이 하면서 즐거운 대학 생활을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