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대학교 묵인희·황대희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상원 교수.(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가벼운 인지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의 치매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서울대학교 묵인희·황대희 교수와 고려대학교 이상원 교수 연구팀이 경도 인지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 중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환자를 선별해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프로그레스 인 뉴로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치매 질환으로,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의 축적으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돼 병의 악화가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기억력에 이상을 호소하는 경도 인지장애 환자군 중 5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데, 뇌세포 손상이 일어난 이후에 발견되면 근본적 치료가 어려워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의료기술로는 아밀로이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라는 고가의 뇌 영상 촬영 외에는 경도 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의 진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저렴하면서도 간편한 진단기술의 개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이유다.
연구진은 혈중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이 뇌 속의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단백질체학을 기반으로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의 정도에 따라 변화하는 혈액 내 후보 단백질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혈액의 경우 온도 및 보관 상태에 민감해 대량의 샘플을 이용해 실험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미세눈금 멀티 파이펫을 이용하고 해동과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혈액을 나눠 보관하는 등 실험별 오차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시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철저한 검증과정을 통해 키트별 오차를 최대로 줄였으며, 매 세트마다 대조군을 로딩해 매번 같은 값이 나오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효소 면역 측정법을 통해 후보 단백질 중 최종 4가지 바이오마커 물질을 확인, 복합 단백질마커 패널을 제작해 경도 인지장애 환자군의 혈액 내 4가지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했다. 측정 결과를 토대로 환자들의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여부와 PET 데이터를 대조해 본 결과 예측 정확도가 83.6%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 다른 혈중 복합 단백질마커 패널을 활용해 인지기능과 관계없는 전체 환자군에서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예측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이는 정확도 87.1%로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축적군을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는 인지기능 정상군 107명, 경도 인지장애군 107명, 알츠하이머성 치매군 40명 등 총 254명의 실험자가 참여했다.
이번 성과에 대해 연구진은 “지금까지 발표된 많은 치매 진단기술들이 알츠하이머 병인물질을 기반으로 한 혈중 단백질(혈중 베타-아밀로이드 혹은 타우)에 초점을 맞췄다면 본 연구진은 단백질체학을 기반으로 해 새로운 타깃 물질을 발견, 특허권 확보가 용이하고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묵인희 교수는 “연구결과가 실용화되면 간단한 혈액검사로 경도 인지장애 환자의 치매로의 진행 여부를 예측할 수 있게 돼 조기 치료를 통한 치매 예방 및 진행 억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향후 기술 보완을 통해 예측 정확도를 9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출처] - 브릿지경제 (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930010009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