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나영 석사과정생(제1저자), 강서현 석박통합과정생(공동제1저자), 윤효재 교수(교신저자). 사진=고려대 제공
[대학저널 장원주 기자] 고려대(총장 정진택)는 이과대학 화학과 윤효재 교수팀이 '포화 지방'과 같이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포화 탄화수소 분자에서 열전 성능(열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물리적 현상)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Nano Letters지(誌) 4일자 온라인에 실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플라스틱들은 포화 탄화수소 구조에 기반하며 파이 전자가 없기 때문에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불포화 탄화수소 구조를 반복적으로 가지는 구조를 고분자에 도입하면 금속처럼 플라스틱에서도 전기를 흐르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처음 발견한 공로로 노벨위원회는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미국 및 일본 화학자 세 명을 선정했다.
윤 교수팀은 포화 분자에 산소 원자를 도입하면 초교환 결합 메커니즘에 의해 파이 전자가 없음에도 열전 성능이 크게 향상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열전 현상은 열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물리적 현상으로 신재생 에너지 연구의 한 분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단 분자 수준에서 열전 특성 연구는 매우 작은 소자를 제작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도전적이다. 반면에 단순화된 계면들을 가진 상태에서 열전 성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과학적인 장점이 있다. 윤 교수 연구실은 2018년 액체 금속을 이용한 대면적 분자 정션에서 열전 특성을 측정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포화 탄화수소 분자는 전기 전도성이 없기 때문에 열전 소재 개발에 매력적이지 않다. 따라서 포화 탄화수소 분자에서 열전 성능이 어떤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윤 교수 연구팀은 포화 탄화수소 분자에서의 열전 기작을 2년 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 중 포화 탄소 원자를 산소 원자로 치환했다. 연구팀이 사용한 분자는 에틸렌 글라이콜이라 불린다. 에틸렌 글라이콜 분자 역시 포화 탄화수소에 기반함에도 산소가 없는 순수 포화 탄화수소 분자보다 열전 성능이 상당히 향상됨을 발견했다. 그 원인으로서 일정 간격 배열된 산소 원자 간의 초교환 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번 연구에서 관련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궁극적으로 “전도성 고분자와 비슷한 열전 성능을 보이는 포화 탄소 고분자 개발이 가능할까”라는 도전적인 질문에 답을 하고자 했다.
포화 탄화수소 분자는 길이가 길어질수록 열전 성능의 척도를 보여주는 지벡값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이에 반해 파이 전자가 풍부한 불포화 탄화수소 분자는 길이가 늘어날수록 지벡값이 증가함이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에틸렌 글라이콜 분자는 파이전자가 없지만 길이가 증가함에 따라 지벡값이 증가하는 구간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사실은 파이전자가 없는, 즉 포화 지방과 같은 포화 탄화수소 분자에서도 길이가 증가함에 따라 지벡값이 증가하도록 분자의 설계가 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출처 : 대학저널(http://www.dh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