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분광학및동력학연구단 단장 연구팀이 살아있는 세포에서 지질 방울 내 물질대사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지질 방울은 세포들이 영양분을 축적하는 작은 세포기관이다. 영양분을 모아뒀다가 필요할 때 지방 형태로 에너지를 공급한다. 지질 방울은 지질 독성 조절, 세포 통신 등 다양한 대사 활동을 한다. 지질 방울의 크기와 총량은 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질병과 상관관계를 보인다.
지잘 방울은 체내에서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기능을 연구하는 덴 한계가 있다. 지질 방울의 주요 내용물인 중성 지질에 특이적이고 효과적인 형광 표지 방법이 없어 중성 지질의 성분과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형광 표지에 사용되는 염료는 광화학적 변성으로 형광을 더 이상 내지 못하는 ‘광표백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질 방울 대사를 긴 시간 충분히 연구하기도 어렵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 지질 방울의 대사를 장시간‧실시간 관측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자체 개발한 이중 색상 적외선 광열 현미경을 이용해 지질 방울의 공간 분포 및 중성 지질 합성 과정을 관측했다. 이 현미경은 동시에 2개의 적외선 흡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으며 형광 염료를 투입하지 않고도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해 생체 분자들을 선택적으로 정량하고 추적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세포가 과량의 지방산에 노출되면 발생하는 지질 독성에 의해 세포 내 중성 지질 합성이 촉진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 중성 지질이 합성될 때 나타나는 신호 변화를 바탕으로 개별 지질 방울 속에 존재하는 기존의 중성 지질과 새로 합성된 중성 지질 간의 상대적 비율을 시간에 따라 분석했다.
박찬종 연구원(제1저자)은 “시간에 따른 기존 및 새 지질 간의 상대적 비율 변화를 통해 중성 지질의 합성 속도를 알 수 있다”며 “암, 비만 등 많은 질병이 중성 지질 합성 양상 변화를 수반한다고 알려진 만큼 연구진이 개발한 중성 지질 대사 관측 방법론은 다양한 질병 진단을 위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이끈 조민행 단장은 “지질 방울의 기능에 대해 분자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바탕을 마련했다”며 “향후 세포 내 지질 방울이 질환에 어떤 역할을 미치는지 연구해 간 질환을 진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28일 발간된 국제학술지 ‘케미컬 사이언스’ 표지논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