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촌상]진단+치료 동시에… 암정복 나선 김종승 고려대 교수
“개인적으로 크나큰 영광이다. 연구팀 모두가 지난 10여 년간 한 분야만 연구한 결과를 인정해 주신 거라고 생각한다. 암과 싸우며 고통당하는 환자들에게 공헌할 방법을 찾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
동아일보가 매년 수상하는 ‘인촌상’ 과학·기술 부문 수상자로 김종승 고려대 화학과 교수(54)가 꼽혔다. 김 교수는 암세포에만 약물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그 과정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약물전달 복합체’ 연구로 세계 화학계에서 주목하는 연구자다.
그의 오랜 연구가 집약된 결과는 세계적 화학저널인 미국화학회지(JACS)지 8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암세포를 치료할 물질을 담을 수 있는 약물전달 복합체를 유기화학합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의 논문에는 표지 논문 중에서도 우수한 논문에 붙는 ‘주목할 논문(Spotlight)’이라는 표식이 붙었다. 김 교수는 “암 세포에만 항암제를 실어 나를 배를 만든 것으로, 모든 항암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암에 걸린 사람에게 항암제 치료는 필수다. 그러나 정상세포까지 공격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역질이 나는 등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 부작용이 월등히 적은 표적치료제도 있지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암 종류는 적다.
김 교수의 연구는 박사과정 시절인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각종 가스나 병원균 등을 화학적으로 찾아내는 ‘화학센서’를 연구했다. 그러다가 10여 년 전 이런 탐색 기술을 의학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예 암세포를 추적해 약물을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테라그노시스’ 개념을 적용한 연구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다. 테라그노시스는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Therapy)’와 진단을 의미하는 ‘다이어그노시스(Diagnosis)’의 합성어다.
암세포를 추적하고 약물을 전달하는 표적치료 물질에 대한 성과는 2012년부터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미국화학회지에 표지논문과 주목할 논문으로 관련 기술들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는 암세포에만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과 함께 형광물질로 약물이 전달되는 과정을 육안으로도 살필 수 있는 방법도 개발함으로써 치료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당시에는 암세포를 추적해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지만 5년이 지난 올해에는 그 약물전달 물질을 유기화학합성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한 것이다. 연구는 곧 실용화 단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 교수는 “5년 안에 임상실험을 종료하고, 10년 후에는 상용화까지 끝마쳐 병원에서 환자치료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기사원문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view/19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