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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특허에서 ‘과학고대 연구력’ 두각

교수업적평가 개선···질적 연구 성과에 ‘확실한 보상’


고려대가 최근 이공계 연구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투입 대비 성과’ 면에서 ‘맞수’ 연세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2011년 기준 고려대의 기술이전 수입료는 25억6887만원(60건)으로 연세대(23억7736만원, 58건)보다 1억9000여만 원 많다. 이공계 분야 교수 수는 연세대보다 적지만, 사업화될 만한 기술은 더 많이 개발했다는 의미다. 특허 등록에서도 2011년 현재 고려대가 국내(450건)·해외(42건)에서 모두 연세대(국내 366건, 해외 41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입대비 연구 성과’서 두각= 최근에는 QS사의 세계대학 학문분야별 평가에서 15개 전공분야가 세계 100위권 내에 진입하는 성적을 거뒀다. 국내 대학 중에선 서울대에 이어 가장 많은 전공분야를 100위권에 진입시킨 대학이 됐다. 올해 평가에서 100위 내에 포함된 전공분야가 많은 대학은 △서울대(27개) △고려대(15개) △KAIST(10개) △연세대(9개) △포스텍(6개) △성균관대(5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연과학분야에서 화학공학·토목공학·전자공학·기계공학·농학·약학·화학 등 7개 분야를 100위권에 진입시켰다. 이는 연세대가 자연계 6개 분야를 100위권에 포함시킨 것과 비교된다. QS사의 세계대학 학문분야별 평가는 △논문 당 피인용수 △연구자의 연구이력인 ‘H-index’ △연구 평판도 △졸업생 평판도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대학 측은 “자연계열에서 2개 분야가 100위권에 포함됐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7개 분야가 100위권에 진입했다”며 “인문·자연계열이 균형 발전하고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연구력 상승 배경에는 우수 연구자 유치와 연구비 지원이 있다. 2003년 현대기아자동차가 30억 원의 연구기금을 기부해 설립된 ‘현대기아 석좌교수 기금’은 자연과학분야에서 연구업적이 탁월한 교수들에게 연간 5000만원, 3년간 총 1억5000만 원을 연구장려금으로 지원한다.

장려금의 효과는 컸다. 현재까지 총 8명의 교수에게 10억 원이 넘는 장려금이 지급됐고, 혜택을 받은 교수들은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다차원 분광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민행 화학과 교수는 지난해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했다. 조 교수는 자신이 천착해 온 다차원 분광학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09년 광학 이성질체 구조 규명을 위한 분광 측정법을 개발, 연구 논문이 세계 최고의 권위지인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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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행 화학과 교수


◆ 조민행·최의주 교수 세계적 주목 받아= 이듬해에는 이를 이용해 생체분자의 3차원 입체 구조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극초고속 광학 이성질체 측정·계산법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체내에서 의약품이 단백질이나 DNA와 결합하는 과정을 시시각각 관찰할 수 있어 신약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최의주 생명과학부 교수도 고려대 내에서 촉망되는 과학자다. 세포사멸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그는 세포사멸이나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산화효소가 세포성장 억제인자에 의해 조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암·당뇨 등 주요 질환에 대한 신약개발 응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생명과학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석학’으로 선정됐다.

이 밖에도 △고재중 신소재화학과 교수(이달의 과학자상) △황병국 생명공학부 교수(병원균 침입 막는 식물유전자 발견) △주진수 물리학과 교수(나노선 특성 조절 기술 개발) 등이 ‘현대기아 석좌교수 기금’을 받고 성과를 낸 경우다.

제도적으로도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는 교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연구업적평가의 개선이다. 고려대는 최근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평가기준을 확 바꿨다.

특히 자연계의 경우 변화의 폭이 크다. 기존에는 SCI논문 1편(공저자 없는 단독논문 기준)을 기준으로 동일하게 80점이 부여됐다. 그러나 지난 3월부터 적용된 개선안에서는 같은 SCI 논문이라도 저널의 등급에 따라 최고 640점까지 반영된다.

명순구 교무처장은 “같은 SCI 논문이라도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최상위급 저널에 게재된 논문은 640점을 받을 수 있다”며 “이는 논문 편수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최상위 저널 논문 1~2편이면 승진= 개선안은 SCI급 논문 중 상위 0.5%내의 논문은 ‘H(high)-1’급으로, 상위 2% 이내는 ‘H-2’급으로 분류했다. ‘H-1’급에 논문을 실을 경우 자연계 기준 400점을 받을 수 있다. ‘H-2’급은 240점이다. 조교수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정교수 승진 시 필요한 점수는 640점이다. 따라서 승진 심사자격이 주어지는 5년간 영향력 있는 논문 1~2편이면 승진이 가능해진다.

명순구 처장은 “최상위급 저널에 게재된 논문 한 편이면 승진이 가능하도록 업적평가기준을 개선했다”며 “질적으로 우수한 성과에 대해선 확실하게 보상을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는 현재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에게는 책임 수업시수를 주당 6시간에서 3시간으로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특별연구년제를 도입, 탁월한 연구역량을 갖춘 교수들에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할 방침이다.

학문간 융합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고려대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설립한 ‘KU-KIST 융합대학원(이하 융합대학원)’이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 개교한 융합대학원은 국내 최초로 ‘학연(學硏)교수제’를 도입했다. 현장 밀착형 연구를 하는 KIST 연구원을 교수로 임용함으로써 학제 간 융합을 넘어 대학과 연구현장의 융합까지 시도한 것이다.

올해 석사과정 15명과 박사과정 4명을 선발한 융합대학원은 학생 전원의 수업료가 면제되며, 생활비 혜택까지 받는다. 석사과정에겐 월 110만원, 박사과정에겐 150만원이 지원된다.

진정일 융합대학원장은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는 기초과학분야에서도 융합 연구의 결과물을 가진 연구자 중에서 배출되고 있다”며 “융합대학원의 교육·연구는 융합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배출된 연구자 가운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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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일 KU-KIST융합대학원장


“조급증 갖는 연구풍토 바꿔야 노벨상 가능”
[인터뷰]진정일 KU-KIST융합대학원 원장

“성과에 대해 조급증을 내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가 배출한 세계적 화학자 진정일 KU-KIST융합대학원 원장(화학과 교수)은 드러나는 연구 성과에만 목을 매는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노벨과학상 수상은 요원하다고 단언한다. 노벨상 수상의 밑바탕이 되는 ‘독창적이며 창의적 연구’를 이런 연구풍토가 가로막는다는 주장인 셈이다.

“정부나 기업의 연구비 지원을 받기 위해 교수들이 내는 제안서를 보면, 연구가 힘들 것 같은 주제는 아예 제안도 하지 않는 분위기다. 교수 자신도 ‘씨름하면 뭔가 나올 것 같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연구비 지원 심사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이를 제시하지 않는다.”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에 대해서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대표적인 게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들에게 100억 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연구단장은 16명이 선정됐다.

“한국에서 노벨과학상이 나오려면 독창적·창의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 풀(Pool)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그 중에서 수상자 배출 가능성도 높아질 것 아닌가. 좀 더 많은 교수들에게 지원을 하고, 조급하게 성과를 달라고 하지 않는 것이 수상자를 배출하는 길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단장들에게 100억 원씩의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오히려 이 많은 연구비를 관리하는 데 신경을 쓰느라 시간을 뺏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이 ‘수상’을 목표로 연구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더했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 중 상을 타기 위해 연구를 했다는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며 “단지 자신이 하는 연구가 좋아서 꾸준하게 천착한 결과라고 말할 뿐”이라고 전했다.

진 원장은 노벨상의 의미를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다. 하나는 △역대 수상자들이 연구한 주제를 보면 학문의 발전사를 볼 수 있다는 점과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주제를 보면 해당 연구 분야의 향후 트렌드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 선정에선 ‘해당 연구결과가 인류의 행복 증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학문의 융합이 중시 되고 있다. 진 원장은 “최근의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내용을 들여다보면 융합의 철학이 녹아있다”며 “인류사회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학문만 깊게 파선 안 되고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 원장은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회(IUPAC) 회장을 역임하고 1996년부터 현재까지 영국 왕립화학회 펠로우로(Fellow)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연구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주로 액정고분자와 전기·광특성 고분자 연구에 천착해 왔다. 신임 교수 때부터 학문간 융합을 중요하게 여겨 물리·화공·전기 분야의 연구자들과 활발하게 교류해 왔다.

고려대가 지난 3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손을 잡고 야심차게 개교한 ‘KU-KIST 융합대학원’의 초대 원장을 그에게 맡긴 것도 이러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융합대학원의 학생들을 최고의 학자로 키워낼 생각이다. 틈만 나면 학생들에게 “너희들 중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융합대학원에서는 ‘바이오-메드 전공’과 ‘정보기술-나노과학 전공’이 있지만, 학생들에게는 융합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전공으로 입학을 하더라도 양쪽의 과목을 필수적으로 수강해야 하고, 입학 직후에는 융합과학기술개론을 배워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벌써부터 학문융합에 근거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학생이 나오고 있다. ‘정보기술-나노과학 전공’으로 입학했지만 생명과학 쪽의 연구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앞으로도 학문적 융합에 근거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도록 노력하겠다.”

한국대학신문 신하영 기자
[출처] -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2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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