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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수명 늘려라! 진화하는 `꿈의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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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지를 향해….`


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전지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관해 고민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반복적으로 쓸 수 있는 2차전지(축전지)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별도의 전원 충전 없이 메탄올 같은 연료에서 수소를 뽑아 이를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연료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리튬-공기전지 20분대 충전하려면?

전지는 전기를 저장하는 유형에 따라 전기를 직접 충전하는 방식과 물리적·화학적 에너지로 저장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2차전지는 전기를 화학적 에너지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원래 전기 에너지 자체는 저장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2차전지는 전기를 화학적 에너지로 바꿔 저장한다. 기본적으로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자의 흐름을 발생시키는 장치다. 이때 이온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물에 녹였을 때 전류가 흐르는 물질인 전해질이 필요하다. 2차전지에 가장 적합한 전해질로 유기 전해질을 활용하는 리튬이온전지는 1990년대 이후 2차전지 시장 주류로 자리 잡았다.


리튬이온전지의 성능을 개선시키려면 리튬이온의 이동 과정을 관측해내는 일부터 필요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기술을 내놔 눈길을 끈다. 기초과학연구원 분자분광학·동력학 연구단과 군산대 화학과 공동연구진은 이 리튬이온의 이동 과정을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로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전해질 관찰은 정지된 장면으로 단순히 전해질 구성 물질이나 조성 정도만 확인이 가능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적외선 분광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표적에 레이저를 쏘면서 더욱 짧은 찰나에서도 전해질 내 리튬이온과 전해질 용매들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피코초 단위 화면을 이어붙여 영상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조민행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은 "기존에는 리튬이온 주변에 전해질이 용매껍질처럼 자리 잡아 고정된 덩어리 상태로 확산될 것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관측을 통해 리튬이온을 둘러싼 용매들이 계속 자리를 바꾸면서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고 말했다. 결국 이 움직임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전해질을 개발할 경우 2차전지 성능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극 사이를 이동하는 전해질뿐 아니라 전극 자체를 개선하면 2차전지 성능이 더욱 향상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리튬이온전지의 양(+)극을 구성하는 금속재료에 미세한 구멍(공극)을 뚫어두면 이 구멍 분포가 전지 성능을 끌어올린다고 밝혀냈다.


양극재를 공극이 많은 다공성 구조로 만들면 양극재 표면이 넓어진다는 게 핵심이다. 이러면 양극재에서 리튬이온의 유입과 분출이 더욱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 공극이 없는 단순 구형 양극재에 비해 다공성 구조로 설계된 양극재의 경우 전지 성능 손실이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극률이 40% 정도 되도록 양극재를 설계했더니 단순 구형 양극재보다 비용량(단위 무게당 전지 용량)이 손실되는 정도가 최대 98%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해질의 움직이는 정도를 높이고 양극재 구성을 변경하는 것 외에 리튬이온전지 구조 자체를 뒤바꾼 `리튬공기전지`에 대한 개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리튬 금속산화물을 양(+)극에 두고 흑연을 음(-)극에 두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리튬공기전지는 반대로 음극에 리튬 금속산화물을 두고 양극엔 산소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류 흐름을 유도한다. 이러면 에너지 밀도가 1.5배가량 더 증가해 그만큼 전지 성능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리튬공기전지에 들어가는 촉매를 얼마나 고성능으로 개발하느냐다. 리튬공기전지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충전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동완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팀은 최근 망간-몰리브덴 산화물 나노선을 리튬공기전지용 촉매로 개발했다. 그 결과 20분대로 고속 충전이 가능하고 수명도 5배가량 향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교수는 "망간-몰리브덴 산화물은 금속-산소 결합이 약한 고리 형태로 이뤄져 있어 산소 환원과 산화를 돕는다"며 "이것이 곧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연료전지 `물의 전기분해` 반대 원리

유리관에 물을 넣고 전기를 흘려보내면 수소와 산소로 분리된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물의 전기분해` 원리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그 반대다. 주로 천연가스나 메탄올 같은 연료에서 수소를 뽑은 후 산소와 결합시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얻는 기존 발전 방식과 비교해 유해가스 방출량이 40분의 1 수준으로 낮아 친환경 발전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 번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와 달리 연료 카트리지만 계속 교체해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저공해·고효율 차세대 에너지인 셈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기존 연료전지보다 10배 높은 성능을 지닌 수소이온 세라믹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손지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팀과 심준형 고려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이 연료전지는 역시 전해질을 개선함으로써 전지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온이 움직일 수 있는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세라믹 연료전지에는 주로 산소이온 전도막이 전해질로서 투입된다. 하지만 이 경우 온도가 낮아질수록 전도되는 정도가 기하급수로 떨어져 저온의 환경에서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구팀은 산소이온 대신 수소이온 전도체 세라믹에 주목했다. 수소이온을 전도하는 세라믹 물질 개발에 나선 것이다. 수소이온은 산소이온보다 작고 가벼워 이를 옮기기 위한 세라믹만 전해질로 만들어 낸다면 전도도는 훨씬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해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연구팀은 원자번호 39번의 희토류 원소인 `이트륨`을 발라 얇은 막 형태의 전해질을 만들어냈다. 이러면 수소이온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연구진은 "저온 세라믹 연료전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면서 "기존 발전소를 넘어 가정용이나 이동형 전원으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전지나 연료전지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전기차 등에 리튬이온전지가 많이 사용되는 데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이 늘면서 여기에 연료전지가 핵심적으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2차전지와 연료전지는 배터리 연구자들에게 무궁무진한 연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제로 울산과학기술원은 IT기기용 소형 전지나 전기자동차·에너지 저장장치용 중대형 전지를 중점 개발하는 `2차전지 산학연 연구센터`를 최근 개소하기도 했다.


매일경제 서진우기자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25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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