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화학과 이광렬 교수
KBSI 서울센터와의 공동연구로 우수 성과 도출
최근 국내 연구진이 환경오염 없이 수소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 나노입자 촉매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죠? 이 연구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서울센터, 고려대학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공동연구를 통해 거둔 성과였습니다. 고려대 화학과 이광렬 교수와 나노화학연구실은 이번 연구 외에도 KBSI 서울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나노분야에서 수많은 우수 연구 성과를 도출했는데요.
나노화학연구실 이광렬 책임교수는 공동연구를 '이인삼각 경주'에 비유했습니다. 결승선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는 발을 묶고 달리는 팀원들의 호흡이 중요한 이인삼각처럼, 공동연구도 연구자 간 팀워크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건데요. 또 이 교수는 "KBSI 서울센터가 있어 연구에 날개를 달게 되었다"라고도 했습니다. 고려대 나노화학연구실과 KBSI 서울센터 사이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 교수가 이끌고 있는 고려대 화학과 나노화학연구실(연구실 홈페이지: http://nanolab.korea.ac.kr/)을 찾았습니다.
▲ 고려대 나노화학연구실 구성원들과 이광렬 교수(사진 가장 오른쪽)
2012년부터 공동 논문만 50여 편
"이번에 개발한 백금(Pt)-니켈(Ni)-루테늄(Ru) 합성 촉매는 기존 이리듐(Ir)-백금(Ni) 촉매보다 15배나 높은 활성도를 보였는데요. 이러한 합성 촉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노 결정체를 구성하는 합금 원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단번에 나올 수 있는 연구가 아니라 오랫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분석 노하우가 있어야 하죠. KBSI 서울센터, 특히 백현석 박사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고려대 나노화학연구실과 KBSI 서울센터는 공동연구를 통해 그동안 나노결정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논문으로 나온 연구 결과만 무려 50여 편에 달하는데요. 1년에 10편 정도의 크고 작은 논문을 함께 완성한 것입니다. 최근 개발한 고성능 나노입자 촉매 역시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제적 저널인 어드밴스드 머테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었죠.
▲ 학생과 함께 나노결정 분석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는 이광렬 교수.
"KBSI 서울센터 분석 장비는 우리 연구의 날개"
최근에는 두 개 이상의 기관이 협업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보통 분석을 의뢰하는 쪽에서는 논문이 완성되기 전에는 자세한 프로세스를 공유하기 꺼려 샘플만 보내 "분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분석을 수행하는 쪽에서도 연구의 전후 사정은 관심을 두지 않고 필요한 분석 데이터만 도출해 보내주기도 합니다.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겠죠? 그래서 이 교수는 처음 연구 시작 단계부터, 특히 양쪽의 연구 책임자급뿐 아니라 실무진까지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시작합니다.
▲ KBSI 서울센터에 설치된 이중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TEM)과 백현석 박사
아무리 좋은 분석 장비가 있어도 결국 이것을 움직여서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는 일은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양측의 공동연구가 본격적인 성과를 낸 시기는 KBSI 서울센터에 이중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TEM) 등 최첨단 분석 장비가 들어온 때와 거의 일치합니다. 하지만 '좋은 장비=좋은 결과'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교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KBSI 서울센터에 있는 것과 비슷한 성능의 TEM은 국내에 10여 대 정도 있어요. 그런데 KBSI 서울센터만큼 잘 활용하는 곳은 없다고 봐요. 장비도 장비이지만, TEM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제가 보기에 백현석 박사는 정말 TEM을 사랑하는 분이라는 느낌을 받아요. 우리가 보낸 샘플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른 방법을 적용해서 밤을 새워서라도 결과를 얻으려고 하거든요. 분석 장비와 분석 데이터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하면 확실히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 이광렬 교수가 나노화학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분석 장비에 따라 웃고 울었던 기억
KBSI 서울센터와 백 박사를 보면 '정말 분석 전문가가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당연히 분석 결과에 따라 연구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는데요. 2006년 무렵 인듐(In) 산화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때였습니다. 이 교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큐빅 결정구조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KBSI에 샘플을 보냈더니 큐빅 결정구조가 아니라 헥사고널 결정구조일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최종적으로 헥사고널 결정구조가 맞는다는 결론이 나왔고, 해당 연구 결과도 세계적 저널에 싣게 됩니다.
지금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든든한 우군을 두고 있지만, 한때는 필요한 분석장비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돌아다닌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샘플 20~30개를 들고 장비가 있는 기관을 찾아가는 거죠. 그곳에서 분석 데이터를 전송하면 실험실에서 원격으로 이 데이터를 보면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깜깜이 연구'였던 셈이죠.
심지어 분석 장비가 없어 유명 저널의 논문 게재에 실패한 적도 있습니다.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서 논문을 수정하라고 했는데, 마침 TEM이 고장 나서 분석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게 되었죠. 주변에 쓸 수 있는 TEM은 없었습니다. 결국 정해진 기간을 넘겼고 해당 논문은 저널에 실리지 못했습니다. 분석 장비가 없어 겪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죠.
▲ 고려대 화학과 나노화학실험실 이광렬 책임교수.
연구실 운영·공동연구 철학은 ‘의사소통’
이 교수의 공동연구 철학은 '원활한 의사소통'입니다. 이러한 철학은 연구실 운영에서부터 철저하게 적용되는데요. 그래서 이 교수의 나노화학연구실은 여느 연구실과는 다른 독특한 연구 문화가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기들이 필요하면 외부의 누구와도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고 있고요, 필요하다면 해외 기관과도 협업을 합니다. 또 좋은 아이디어만 내면 그게 누구든 연구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석사 1년 차도 좋은 연구 아이디어를 내서 박사 ‘말년 차’를 제치고 연구 리더 역할을 합니다. 이 교수는 연구자의 최종 목표가 결국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실 학생들에게 아이디어에는 눈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해요. 아이디어는 눈이 없기 때문에 누구에게라도 찾아갈 수 있는 거죠. 물론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중요해요. 공동연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은 커뮤니케이션이죠. 그런데 경험해보니 연구 잘하는 분이 의사소통도 잘하고 공동연구도 잘하더라고요. KBSI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KBSI
[출처] - https://blog.naver.com/open_kbsi/221414178996